2021년 8월~9월 주보칼럼

10월이면 창립 6주년을 맞이한다. 2015년 일산에서 여러분과 함께 시작한 나들목일산교회는 일곱살이 된다. 개척 초기의 교회는 생존 자체가 어려운 문제이고, 우리가 걸어온 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4년부터 10여명의 개척멤버들이 각자의 지인들을 공동체로 초대하고, 일산에 나들목교회가 생긴다는 소식을 알고 찾아오신 분들과 함께 40인의 가족들과 그들의 아이들로 2015년 2월부터 홀트학교 강당에서 매주 예배를 드리며 그렇게 교회는 시작되었다. 그해 10월, 종개혁 기념주일에 우리는 창립예배를 드리고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 새로운 교회의 출발을 선언하였다.

그때 우리는 어떤 교회가 되고자 했으며 지금 우리는 어떤 교회가 되어가고 있는가? 먼저, 나들목일산교회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내재적인 요인은 '찾는이 중심, 진실한 공동체, 균형 있는 성장, 안팎의 변혁, 소망하는 예배' 를 근간으로 하는 5대 중심가치이다. 이 가치들은 '사명선언문'과 '나들목일산교회의노래', 그리고 나들목일산교회MOSAIC 에 반영되어 있고 풍성한삶의제자도와 일상의 사역들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외재적 요인은 세월호 참사, 촛불항쟁, 그리고 산황산과 기후위기로 요약될 수 있다. 일산에서 나들목교회를 시작하며 지금까지 경험해온 지역과 국가와 전지구적 이슈들이 던지는 질문에 대하여 우리는 대답해 왔다. 복음의 총체성을 추구하는 하나님 나라 신학에 기초하여 신학과 실천, 예배와 삶이 통합된 우리 나름의 신앙적 성찰을 통해 지금까지 역사 속에서 한국교회가 보여준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모습과는 분명히 다른, 성경이 말하는 복음의 본질에 충실한 교회가 되고자 노력해 왔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전지구적 위기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앞서 살펴본 정체성과 가치가 우리의 삶과 사역의 내용을 규정하고 반영하고 있다면, 또한 우리에게는 공동체의 삶과 사역의 방식과 직결되는 요소인 우리 나름대로의 공동체 운영원리가 있다. 이 또한 모교회인 나들목교회로부터 물려받은 소중한 유산이다. 그 내용은 **'1. 성경의 최종적인 권위의 원리', '2. 영적 분별에 의한 의사결정의 원리', '3. 영적 지도자 그룹의 원리', '4. 섬김의 원리', '5. 자발적 헌신의 원리'**로 구성된 다섯가지 운영원리이다.

대학로에서 2002년에 나들목교회가 세워진 지도 어느덧 20년이 되어간다. 앞서 언급한 나들목교회 다섯가지 핵심가치와 함께 나들목 공동체 다섯가지 운영원리는 20년간 나들목교회와 나들목에 뿌리를 둔 교회들이 걸어온 성경적이고 현대적인 교회를 추구하는 발걸음을 통해 다듬어지고 완성되어 지금의 모습을 보여준다.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외형적인 성장을 멈추고 호흡을 고르고 있는 이 시기에 앞으로 5주간 이 지면을 통하여 매주 한가지 원리를 재확인하며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며 나들목일산교회라는 현장에서 어떻게 살아내고 있으며 살아내야 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여러분과 함께 살펴 보고자 한다.

제1원리, 성경의 최종적인 권위의 원리 -

우리는 … 성경에 담긴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한다. 우리는 인간 저자들이 하나님의 영감을 받아 기록한 성경을 완전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확신한다. 우리는 우리의 믿음과 행위를 주관하는 궁극적이고 유일한 권위로 성경을 따른다. 우리는 성경이 구원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하나님의 능력임을 엄중히 선언한다. 우리는 성경을 능가하는 또 다른 계시는 존재하지 않으며 최종적으로 기록된 완전한 하나님의 말씀임을 확고히 지지한다. 또한 우리는, 성령이 하나님의 백성의 마음을 조명하여 모든 문화권의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적합한 방법으로 하나님의 진리를 깨달을 수 있도록 말씀하신다는 사실을 기쁘게 받아들인다.

지난 2010년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제3회 세계복음화국제대회(로잔대회)의 신앙고백문 중 성경에 관한 내용이다.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제1차 대회의 신앙고백문을 계승한 고백이다. 우리 교회는 세계 복음주의의 훌륭한 유산인 로잔언약과 케이프타운선언의 신앙고백을 받아들이는 복음주의 독립교회이다.

교회마다 최고의 권위를 가진 존재가 있다. 전통적인 옛교회에서는 교황이나 주교가 최고의 권위를 가질 것이요, 대부분의 개신교회는 담임목사가 최고의 권위를 가질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교회에서도 진정한 권위는 하나님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교회의 모든 발걸음을 하나님께 물어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각자가 깨달은 하나님의 뜻은 각자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무엇으로 공동체가 따를 수 있는 하나님의 뜻을 확인하고 분별할 것인가? 문서로 기록된 말씀으로 완성된 성경을 통해 우리는 오늘도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하나님의 뜻을 분별할 수 있으며 저마다 주관적으로 깨달을 수 있는 하나님의 뜻을 객관적으로 검증하여 교회가 걸어가야 할 공적 발걸음을 정당하게 걸어갈 수 있다.

우리 교회 가족이 될 때 서약하는 하늘가족서약문 중에는 ‘공동체 지도자의 올바른 권면에 순종한다’는 내용이 있다. 공동체 지도자의 권면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 성경을 해석하고 적용하여 선포하는 설교이다. 무엇이 올바른 설교인가? 올바른 성경해석을 통해 성경의 진리가 올바로 적용된 설교가 올바른 설교이며, 공동체 지도자의 올바른 권면의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므로 우리 교회의 최종적인 권위는 대표목사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성경에 있다. 대표목사의 설교와 사역은 올바른 성경해석에 기초한 것일 때에 한하여 올바르며 성경의 권위를 정당하게 빌렸기에 권위가 있는 것일 뿐이다. 물론 설교에도 비판은 가능하다. 그러나 설교에 대한 나의 비판이 정당한 비판이 되기 위해서는 ‘관찰-해석-적용’이라는 귀납법적 성경해석에 근거한 정당한 비판이어야 한다. 설교는 공동체의 대표자를 통하여 이 시대 이 땅을 살아가는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내 생각과 비슷한 설교를 들었다고 해서 은혜(?)를 받거나 내 생각과 다른 설교를 들었다고 해서 거부하거나 하는 것은 올바른 예배가 될 수 없다. 내 마음에 안들고 내 생각과 달라도 설교가 올바른 성경해석의 결과라면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에 순종하는 것이며, 내 마음에 들고 내 생각과 비슷해도 잘못된 성경해석에서 나온 설교라면 올바른 설교가 아니기 때문에 거부해야 하는 것이다. 설교에 대한 올바른 성경해석에 기초한 정당한 비판과 진리를 위한 건강한 토론문화가 살아있는 교회가 건강한 교회이다.

성경을 사랑하는 교회, 성경이 최종 권위를 가진 교회, 성경에 담긴 하나님의 말씀이 올바른 성경해석을 통해 올바로 선포되는 교회, 그 설교가 올바른 성경해석을 통해 건강하게 수용되고, 잘못되었을 경우 올바른 성경해석을 통한 비판이 가능한 교회, 우리는 끝까지 그런 교회를 향해 걸어갈 것이다. 예컨대 온 가족과 성장세대가 날마다 함께하는 말씀묵상은 가족들의 성경해석 능력을 키워주며, 그런 교회를 앞당길 것이다.

제2원리, 영적 분별에 의한 의사결정의 원리 -

사도행전 15:6–12

6 사도들과 장로들이 이 문제를 다루려고 모였다. 7 많은 논쟁을 한 뒤에, 베드로가 일어나서 그들에게 말하였다. … 9 하나님께서는 … 우리와 그들 사이에, 아무런 차별을 두지 않으셨습니다. … 11 우리가 주 예수의 은혜로 구원을 얻고, 그들도 꼭 마찬가지로 주 예수의 은혜로 구원을 얻는다고 우리는 믿습니다.” 12 그러자 온 회중은 조용해졌다.

바울과 바나바의 선교 현장에 유대인들이 찾아와서 예수님을 믿은 이방인들이 할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여 논란이 일어났다. 바울과 바나바는 이 문제에 대한 유권해석을 예루살렘 교회에 요청하였다. 예루살렘 교회의 사도들과 장로들은 이 문제를 충분히 토론하고, 리더인 베드로가 최종 결정하였다.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모든 구성원들은 리더의 말에 승복하였다. 이것이 나들목공동체 운영원리 중 두번째인 영적 분별에 의한 의사결정의 원리의 일례이다. 우리는 다양한 상황에서 의사를 결정한다. 개인은 개인 대로 가족은 가족 대로 나름의 방식으로 의사를 결정한다. 교회는 교회 대로 나름의 방식으로 의사를 결정한다. 교회가 의사를 결정하는 방식이 바로 영적 분별이다.

대한민국의 형식적인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완성된 1987년 이후 사회의 전반에서 민주적 운영은 상식이 되었다. 한국 교회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장로회의 경우 장로회 제도가 감독제, 교황제 등 다른 제도에 비하여 민주적인 제도라고 헌법(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에 밝히고 있을 정도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민주주의가 다수결이라는 방법으로 형식화 된다는 것이다. 다수결은 더 많은 표를 받은 쪽으로 결정하는 효율적인 의사결정 방식이다. 이 방식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큰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수 의견이라고 해서 늘 옳은 것은 아니며, 소수 의견 반영이 불가능하고, 찬반 양론이 과열될 경우 공동체 전체가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히틀러와 박근혜의 당선도 다수결의 결과였고, 최근 문제가 된 대형교회들의 담임목사직 세습도 모두 다수결로 승인되었다.